대북 방송 중단 하루 만에… 北도 대남 소음방송 멈춰
이재명 정부 첫 남북 긴장완화 조치에 북한 즉각 호응… 접경지 주민 "오랜만에 숙면"
우리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 지 하루 만에 북한도 대남 소음 방송을 전면 중지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오후 2시부로 대북 확성기 방송 중지를 지시한 데 대해 북한이 즉각적으로 호응한 것으로,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의 첫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늘 북한의 대남 소음 방송이 청취된 지역은 없다"며 "서부전선에서 전날 밤 11시께 마지막으로 방송이 들렸으나, 이후로는 전 지역에서 방송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그동안 지역별로 새벽까지도 대남 방송을 지속해왔으나, 이날은 접경지대 전역에서 소음 방송이 중단됐다.
특히 주목할 점은 북한의 방송 내용도 변화했다는 것이다. 인천 강화군 관계자는 "11일 오후 9시부터 북한의 대남 방송이 기존의 쇠 긁는 소리나 귀신 곡성 같은 기괴한 소음에서 잔잔한 노래로 전환됐다"며 "방송 소리도 이전보다 현저히 작아졌다"고 전했다.
이번 조치로 가장 큰 혜택을 본 것은 접경지역 주민들이다. 파주시 비무장지대(DMZ) 내 대성동 마을 김모 이장은 "어젯밤 정말 오랜만에 편하게 잠을 잤다"며 "1년 가까이 북한의 기괴한 소음에 시달렸는데, 이제야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안도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조치에 대해 "북한의 중대한 도발이 없는 상황에서 남북 간 긴장 완화를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국민께 약속한 바를 실천한 것"이라며 "남북 간 군사적 대치 상황을 완화하고 상호 신뢰 회복의 물꼬를 트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지난해 6월 윤석열 정부가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에 대응해 6년 만에 재개한 것으로, 이번에 재개 1년 만에 중지됐다. 북한은 대북 방송에 맞서 지난해 7월부터 대남 소음 방송을 시작했었다.
군 당국은 이번 조치를 '중단'이 아닌 '중지'로 표현해, 북한의 도발 상황에 따라 방송을 재개할 여지를 남겨뒀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대남 소음 방송을 완전히 중단한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북한의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도 지난해 11월 28일 이후 7개월째 중단된 상태다. 이번 남북 양측의 확성기 방송 상호 중지가 향후 남북관계 개선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