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소나무 방제 '눈 감은' 안동시
불법 이동·반출, 제보 후 뒤늦게 적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불법 반출되는 소나무]
17일 본지 취재 결과, 안동시 한 아파트 건설현장은 소나무를 현장에서 파쇄 처리한다는 방제계획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소나무 2그루가 도로 건너편으로 굴취 이동되고 일부는 무단 반출된 정황이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
■ 계획서와 다른 처리, 시청은 몰랐다
소나무재선충병 방제특별법 제11조는 "벌채된 감염목은 훈증·파쇄 또는 소각 등의 처리를 하여야 한다"고 명시한다. 같은 법 제10조는 반출금지구역 내 굴취된 소나무류의 이동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며, 이동 시에는 예방약제 주사와 시·도 연구기관의 확인증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안동시청 산림과 A주무관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방제계획서상 현장 파쇄로 되어 있다"고 확인했다. 실제 현장 확인은 16일 제보가 들어온 뒤에야 이뤄졌다.
A주무관은 "방제계획서가 들어오면 현장 확인하고, 방제완료서 제출 시에도 확인한다"고 말했지만 계획서 제출 후 실제 이행 과정에 대한 중간 점검은 전혀 없었다.
■ 현장 안내판도 없는데 "개인정보"
안동시청의 현장 관리 태도는 더욱 가관이다. 건설기술진흥법과 건설산업기본법은 건설현장에 공사명, 시공사, 공사기간, 현장대리인 연락처 등을 명시한 공사 안내판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 현장에는 분양 모델하우스 안내만 있을 뿐 법정 필수 안내판이 없었다.
본지가 이를 지적하자 A주무관은 "현장 가서 확인하고 전화번호 받아왔다"며 "유선으로 현황판을 마련하라고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현장 확인을 나가고도 가장 기본적인 안내판 설치 여부조차 점검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현장대리인 정보 제공을 요청하자 "개인정보"라며 거부한 것도 어이없다. 공사 안내판에 공개돼야 할 법정 필수 정보를 개인정보로 둔갑시킨 것이다.
A주무관은 본지에 현장대리인 연락처를 "서류 찾아보고 전화드리겠다"고 했지만 끝내 연락은 오지 않았다. 결국 건설현장 B토목부장과의 통화에서 C씨가 현장대리인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 "같은 부지" 주장하다 말 바꿔
본지 취재 결과, 건설현장 측의 해명은 일관성이 없었다. B토목부장은 처음 "모델하우스로 옮긴 2그루는 같은 부지 내"라고 주장했다. 본지가 도로로 분할된 별개 필지임을 지적하자 태도가 달라졌다.
본지가 "도로로 분할됐으면 별개 번지"라며 "옮기면 반출이고, 반출증을 발급받아야 한다"고 지적하자, B토목부장은 "그럼 다시 파쇄해야 하나"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어 "회사에 이야기하겠다"고 답했다.
반출된 나무의 수종을 놓고도 엇갈렸다. B토목부장은 "전부 참나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제보자가 제공한 동영상에는 수종 구분이 어려운 절단목이 차량에 실리는 장면이 담겨 있다.
B토목부장은 "소나무는 10그루도 안 된다"며 "현장에 따로 모아 파쇄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본지가 동영상 속 나무가 소나무 아니냐고 재차 묻자 "참나무"라는 주장만 되풀이했다.
■ 사법경찰 휴가 중... 증거만 확보
안동시의 대응 체계도 문제다. 16일 현장 확인 당일 사법경찰관은 휴가 중이었다. 시청은 "사진과 드론으로 증거만 확보했다"며 "사법경찰관 복귀 후 조사하겠다"고 했다. 즉각적인 행정 조치는 없었다.
A주무관은 "사법담당자 복귀 후 협의해 처리할 것"이라며 "담당 부장과 얘기할 것"이라고만 답했다. 필요한 것은 사후 처벌이 아니라 사전 감독 강화다.
■ 전국 소나무 149만 그루 피해... 허술한 관리
소나무재선충병은 매개충(솔수염하늘소, 북방수염하늘소)을 통해 확산되는 치명적 전염병이다. 산림청 자료에 따르면 2025년 5월 기준 전국 154개 시·군·구에서 149만 그루의 피해가 발생했다. 2022년 106만 그루, 2024년 90만 그루에 이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소나무재선충병 방제특별법은 2008년 제정돼 엄격한 관리 체계를 규정한다. 법 제9조는 발생지역으로부터 5km 이내를 반출금지구역으로 지정하도록 하고, 법 제10조는 감염목 등의 이동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법 제8조는 지자체장에게 훈증·소각·파쇄 등의 조치를 명령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안동시는 방제계획서만 받고 실제 이행은 확인하지 않았다. 방제완료서를 받은 뒤에야 사후 확인한다는 시스템은, 이미 위반이 이뤄진 뒤에야 뒤늦게 대응한다는 의미다.
■ 현장에서 영천으로... 추적 불가
실제 현장에서는 강원도, 대구 영업용 넘버인 5톤 차량이 나무를 싣고 반출했다. 구미 소재 한 벌목업체가 작업을 맡았고, 현장대리인 C씨는 "대구 차량으로 반출된 나무는 영천의 펄프공장으로 갔다"고 밝혔다.
C씨는 "그 업체도 소나무는 절대 받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제보자가 제공한 동영상에는 수종 구분이 어려운 절단목이 상차되는 모습이 담겨 있다.
B토목부장은 "모델하우스로 옮긴 소나무를 차량에 실어 이동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본지가 "잘라진 목재를 싣는 동영상도 있다"고 지적하자 "참나무"라는 주장만 반복했다.
안동시는 이 모든 과정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안동시 "서류 행정" 벗어나야
익명을 요구한 한 산림 전문가는 "방제계획서는 재선충 확산 방지의 핵심 서류"라며 "계획서만 받고 실제 이행을 확인하지 않으면 방제 시스템 자체가 무용지물"이라고 지적했다.
안동시는 방제계획서 제출 현장에 대한 실시간 이행 확인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계획서 제출 후 일정 기간 내 중간 점검을 의무화하고, 방제완료서 제출 전 현장 확인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동시 관계자는 "사법경찰관 조사를 거쳐 위반 사항이 확인되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만 답했다. 소나무재선충병 방제특별법 제14조는 금지 행위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규정한다.
그러나 벌금을 물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애초에 위반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사전 감독이다. 서류만 받고 현장은 외면하는 '전시 행정'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제2, 제3의 무단 반출 사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